[스크랩] 1차 대전, 일본의 야욕과 좌절(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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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차 대전, 일본의 야욕과 좌절(13)

黃遵守 2015. 12. 15. 01:45

체코 군단과 간섭전쟁의 서막

1. 체코 군단의 귀환 결정
- 1917년의 10월 혁명 이후 러시아의 정권을 장악한 볼셰비키 혁명정부는 1918 년 3월 3일, 독일 및 그 동맹국들과 단독 강화 협정을 채결하며 전장에서 이탈하였고 이해 봄, 독일군은 동부전선의 전력을 빼내 서부에 집중하며 대규모 춘계 공세를 실시.
- 이 대규모 공세에 전선이 밀리며 깜딱 놀란 연합군은 러시아 내부에 다시 제 2전선을 열어 독일군의 배후를 교란하고자 작당모의를 꾸미는데 이때 걸려든 것이 바로 체코 군단(Czechoslovak Legion)
- 체코 군단은 러시아 내부의 체코인들로 구성된 소규모 체코 의용군에서 출발, 이후 체코출신 오스트리아-헝가리군 포로와 자발적으로 전설을 이탈한 체코인들이 가세하며 그 규모가 커져 1917년 가을 무렵, 러시아 군에는 2개 사단 3만 9천 명으로 구성된 제 1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편성되기에 이름.

1차 대전 당시 러시아 군 내에서 최정예 병력이었던 체코 군단
- 이들은 혁명으로 인해 전선에서 이탈한 러시아 군과는 달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해있던 체코의 독립을 위해 계속 싸우기를 요구하였고 이미 볼세비키가 정권을 잡기 이전 임시정부 시절, 프랑스와의 협약으로 이들을 서부전선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

2. 머나먼 귀환루트와 트러블

- 포로 출신들이니 국제협약에 의거 돌려보내라는 독일의 요구를 쌩까긴 하였으나 아무래도 독일과 맞닿아 있고 정세 상 시끄러운 동부전선을 통해 돌려보내기는 껄끄러웠고 거기다 거의 적군이나 마찬가지이자 연합국과 친밀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들 체코군단을 불신한 볼세비키 정권은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 러시아 대륙을 횡단한 다음 시베리아에서 배를 타고 미국을 거쳐 거의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귀환시킨다는 결정을 내림.
- 결국 체코군단은 볼셰비키 정부의 무장 해제 요구는 쌩 깠지만 수천대의 객차에 분승, 러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한다는 귀환 방법은 받아들였고 병사들은 도중에 태운 여자들은 물론, 빵공장, 은행, 우체국 그리고 체코어로 된 신문까지 발행되는 기나긴 열차에 분승하여 귀국길에 오름(가는 도중 재물을 탈취, 마구잡이로 실은 화차 30량에는 각종 귀금속이 가득 실려 있었다고...열차 탄 무장 강도들..-_-;;)

출발 직전의 체코 군단과 러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귀환 루트
- 이렇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던 체코군단이 1918년 5월 14일, 중간 기착지인 첼야빈스크(Chelyabinsk)에 이르렀을 때 마침 소환되는 독일 및 헝가리 군 포로와 맞닥뜨린 그들은 소규모 분쟁을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려는 지방 볼세비키 정부와도 충돌을 일으킴.
- 당시 황제를 지지하는 세력인 백군(白軍)과의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러시아는 반혁명세력의 근거지인 시베리아 지역을 통과하는 체코군단이 무장한 채로 이들 반혁명세력과 합류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사태까지 벌어지자 볼셰비키정부의 2인자였던 트로츠키는 강제로 체코군단의 무장을 해제시키기로 하였는데
- 하지만 지방 볼세비키 정부의 소규모 병력으로 이러한 일을 진행시킨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고 당연히 체코 군단은 이를 간단히 제압하고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순식간에 빠져 나감은 물론, 바이칼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르쿠츠크까지 점령해 버림.

중무장한 체코 군단의 무장 열차와 열차 내 제빵 공장
- 일이 이렇게 이상하게 꼬여들었고 5월 26일,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는 체코군단을 반란군으로 선언하였고 이에 발끈한 체코 군단은 10월 18일, 근처 옴스크(Omsk)에 터를 잡고 있던 백군의 수장 콜차크(Aleksandr Kolchak) 제독과 손을 잡음(콜차크..영화 “제독의 연인”인가? 거기에 나오는 인물..)
- 여기에는 당시 먼저 무너지며 연합국에 항복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으로부터 갓 독립했던 체코슬로바키아 정부가 러시아에 있는 자국 병력들인 체코 군단에게 러시아 백군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있었고 윈스턴 처칠의 요청도 한 몫 거들었음(안 끼는 데가 없다..처칠..-_-;;)

볼세비키의 2인자 레온 트로츠키와 백군의 수장 알렉산드르 콜차크 제독

3. 간섭전쟁의 구실
- 가뜩이나 핑계거릴 찾고 있던 영국을 위시한 연합국에게 러시아 땅 한 가운데에서 포위된 체코 군단의 구출은 꽤나 괜찮은 구실이었고 이들은 1918년 5월, 첼야빈스크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자 곧바로 행동에 착수,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 체코 군단의 구출을 명분으로 출병을 감행하기로 결정.
- 일단 영국과 프랑스는 러시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 상황을 고려, 독일과 볼셰비키 정권의 영향력을 아르한겔스크(Arkhangelsk) 지역에서 막고, 체코 군단과 러시아 내부의 반 볼셰비키 세력의 도움으로 볼셰비키 군대를 물리치며 최종적으로 공산주의의 확산과 러시아의 볼셰비키 세력의 확산을 막는 것으로 합의.

곳곳에서 볼세비키 군의 공격을 받는 열차와 바이칼 호수에 도착한 체코 군단
- 하지만 이미 서부 전선에서 열라 머리 터지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가 대부대를 시베리아에 파견 할 여력 따윈 없었고 이에 따라 지리적으로 가깝고, 아직 육군의 주력을 파견하지 않은 일본과 미국에 대해 시베리아 출병의 주력이 되도록 의사를 타진.
- 1918년 7월,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이러한 영국과 프랑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약 13,000명으로 구성된 미국 시베리아 원정군을 구성, 필리핀과 캘리포니아로부터 블라디보스톡으로의 원정길에 오르도록 명령.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한 미국의 시베리아 원정군

4. 일본의 속내
- 한편, 동맹국으로부터 이러한 요정을 받은 일본은 소규모 파병이냐 대규모 파병이냐를 놓고 약간의 논란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출병한다는 입장의 차이는 없었고
- 당시 일본은 일찍이 부터 꿈꿔왔던 영토 획득의 야망과 러일 전쟁 후에 잃은 이권의 재탈환 같은 이유뿐만 아니라, 군주제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일본을 포함한 기존 이권 지역에 파급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적극적으로 저지 할 필요가 있었고
- 거기다 더해 1차 대전으로 인해 사상초유의 호경기를 맞은 일본은 이에 걸맞는 마땅한 수요를 창출할 필요성과 비대해져 가는 군부의 쌓여만 가는 욕구(?)를 해결할 출구도 있어야 했기에 당시 데라우치 내각은 출병을 단행하기로 결정.
- 이에 따라 분쟁이 해결되면 철군할 것이라는 계획이 애초부터 없었던 일본은 출병이 결정되자마자 데라우치(寺内正毅) 당시 수상이 육군 참모 본부 제 2부장 나카지마 마사타케(中島正武) 소장을 불러 시베리아 지역에 일본의 괴뢰 정권을 세우는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

시베리아 출병시 일본군이 보유한 영국제 오스틴 장갑차
- 이렇게 시커먼 속은 감추고 겉으로는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선언한 일본도 미국의 출병에 맞추어 출병을 결정하였고 소규모의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물론, 캐나다 군과 이탈리아군까지 포함한 연합군은 1918년 8월부터 차례차례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에 상륙했고 병력의 대부분은 일본과 미국의 군대(물론, 아예 여기 눌러앉을 생각이던 일본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