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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이야기를 만들지말자!

黃遵守 2020. 12. 14. 14:54

아~!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손편지를 썼던 나.

그런데, 돌아보니까 답장도 통 오지않고 나만 기쁜마음으로 열심히 쓴

'반쪽짜리이야기'만 펼쳐졌도다. 아~! 내가 혹자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안하면 그만이지 왜 매년 열심히 써 보내가지고 스트레스만 받냐?"라고...

솔직히 일종의 폐단이었어. 폐단..

내가 정신병에 걸려가지고 힘들어할 때 자기들은 뒤에서 나를 미쳤다고

하면서 온갖 흉을 다 보고 근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놔놓고서는

내가 크리스마스카드를 쓰는 생활을 가지고 있다니까 크리스마스카드

하나 받아먹으려고 그때만 잠깐 천사놀음을 하더라고.

 

나는 그것도 하나의 친교의 계기가 될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애들에게도

크리스마스카드를 다 써서 줬어. 그런데, 그것만 받고나서 도마뱀처럼

꼬리만 자르고 도망가더라고.

저는 손편지의 답장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카드에 대한 집착은

더욱 심했습니다. 93년도 크리스마스 시기에도 저는 매년 습관처럼 해온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학교폭력때문에 정신병에 걸려서 휴학하고 집에서 쉬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속이 좋기는 좋았는지 솔직히 내가 고등부모임이나 예배에

왔을 때 자꾸 이상한 소리나 이상한 짓을 한다고 저를 무시하고 끼리끼리 노는 녀석들인데

저는 그런애들 한테도 아량을 베푼다고 문구사에서 크리스마스카드를 열댓통 사와서

그렇게 교회고등부 동기.동문들에게 써주고 있었습니다.

 

쓰는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가 국5,국6때 일기장과 독서록을 성실히 써서 상도 받아본

정직한 명예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그 명예를 입증 받고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일히 한통씩 다 써서 주소와 우표까지 붙이고 우체통에 넣고 왔습니다.

 

저는 우체통을 돌아보며 제가 또 세상에 길이 남을 미담을 한편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기쁜맘으로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며칠뒤에 교회에서

고등부 크리스마스이브모임이 있어서 가봤더니 저는 저의 등장과 함께 다들

"00아! 크리스마스카드 고마웠어!"하는 소리가 앞다투어 나올줄 알았습니다.

(홍콩영화 '도성1'에 보면 주성치가 코드를 입고 멋있게 등장하자 모두 일어서서 맞이하는

그 장면까지 기대해봤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입니다. 제가 엊그제 카드를 써 보낸 형제.자매들도

그중에 여럿인데 저를 본체만체 하더라고요. 저도 좋은일 해놓고 생색 내기 싫어서 언급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내심 서운하고 배신감에 살인충동까지 생기려고 했습니다.

 

잠깐 화장실에 갔다가 본당으로 돌아오는데 "(이건 모욕이다! 엄연한 모욕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분위기를 망치기도 싫었고

그러나, 지금 내가 모욕을 당한건데 바보같이 아무말도 않고있느냐는 생각에 그때 감정조절도

안되는데 미치겠더라고요.

 

선물교환행사가 시작되려고 하는데 저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고 그제서야 형제 몇명이

저를 본당밖으로 데리고 나가더라고요. 제 팔을 잡고있는 그 몇명도 제가 엊그제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낸 그애들중에 한명들이었습니다.

 

저를 말린다고 잡은 그 팔들이 참 거북하더라고요. 겨우겨우 진정하고 본당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애들이 괴씸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지금 하고있는 선물교환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그냥 보고 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속으로는 "(앞으로 두고보자)"하는 마음만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선물교환순서가 끝나고

우리 고등부담당집사님께서 들어오시더니 "내일은 안식일이고 또 이따가 어르신들이 새벽기도도

오시니까 다들 일찍 귀가하도록, 오늘 올라이트는 없습니다!^^" 하셨고 이제 불 끄고 청소하고 의자정리하고

불끄고 차례로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계속 "(앞으로 두고보자~! 너희들이 이런 위선자들이란 말이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에 끝까지 기다리고있던 한 여학생이 이제 본당에 불까지 다 꺼지고나서

저를 조용히 부르더니 어둠속에서 자기가방을 열어 답장카드를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와~! 진짜로 주는거니?^^"

하고 소리를 높이려는데 "그냥! 조용히 받아!"하고 그냥 저한테 건네주고 갔습니다.

 

저는 제일 마지막에 나갔습니다. 저는 그래도 아직 화가 안 풀려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이제 그애가 주고 간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며 "(이번만 봐줄까?)"하였는데

여전히 화는 안 풀려있었고 "(다시는 해주나봐라~!)"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습니다.